성남시에서 국정원까지... 李대통령과 이종석의 깊은 인연
성남시에서 국정원까지... 李대통령과 이종석의 깊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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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4일 국가정보원장에 지명됐을 때, 외교·안보 분야를 오래 들여다본 이들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습니다. 그가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글로벌책임강국위원장으로 중량감 있는 역할을 해 왔기에 국가안보실장이나 이에 버금가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런데,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대통령과 이 지명자의 관계가 정책 교류를 넘어서 깊고 오래된 신뢰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표면에 드러난 것보다 훨씬 단단하고, 굳건한 관계를 만들어 왔는데 그 매개체는 성남시였습니다.
세종연구소 근무하면서 첫 만남
이종석 전 장관은 성균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94년부터 세종연구소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세종연구소는 지난해 서울 광화문의 연합뉴스 사옥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전 장관은 분당에 거주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2010월 300만원
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시기를 전후해 처음 만나게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3년 9월 6일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윤석열 정권에 맞서 국회에서 단식할 때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지 방문,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시장은 자신이 청소년기를 보낸 성남시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통일 문제에 소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전 장관은 2011년 1월 성남평화연대의 초청으로 ‘한반도 위기와 평화 실현의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이때 특강 장소가 성남시청 강당이었습니다. 이 시장의 허가가 아니면 시청에서 특강이 열릴 수 없다는 점에서 그의 배려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시장은 2015년에는 그를 초청해 ‘성남행복아카데미’에서 강연을 하도록 했습니다.
지방 정부 차원의 남북 교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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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시장은 재선에 성공한 뒤인 2016년 4월 전국 최초로 ‘성남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시(市) 단위 지자체가 이런 기구를 만든 것은 전례가 없었습니다. 이 시장은 2015년 10월 성남시 남북교류협력 조례를 제정, 이 위원회 설치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치밀하게 움직였습니다.
이 시장은 성남시 남북교류협력위에 학계·산업·종교·의료·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인사 19명을 위원으로 위무직자소액대출쉬운곳
촉했습니다. 조정래 소설가,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 장관, 이해학 성남주민교회 원로목사, 김연철 인제대 교수(훗날 문재인 정부 통일부 장관), 탈북자 등이 참여함으로써 중앙 정부의 위원회 못지않은 위용을 갖췄습니다. 이 시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이 전 장관이 호선을 통해 부위원장에 선출되는 방법을 썼습니다. 전직 통일부 장관이 성남시의 남북교류협력위원회부위원장이 된 것은 시 안팎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이재명 시장은 남북교류협나루토 예상
력위 출범식에서 “평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켜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반도에 끊임없이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고,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불안해 하고, 경제적 손실도 심각하며 인도적 고통도 크다”고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며 ‘더러운 평화’론을 펼쳐왔습니다. “엄청난 대량 파괴 살상 후에 승리한들, 그게 무슨 그리 큰 좋은 일이겠느냐”고 했는데, 그의 ‘더러운 평화론’은 이 당시부터 구체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평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시장은 “남북 간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허심탄회한 대화와 교류가 필요하다. 대화와 교류는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북한과의 교류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 시장으로 일하던 2016년 4월 28일 성남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시 단위의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이례적인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이재명 시장이, 부위원장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맡았다.사진 맨 왼쪽은 김연철 인제대 교수(문재인 정부때 통일부장관), 왼쪽부터 다섯번째가 이 전 장관, 한 가운데가 이재명 당시 시장, 이 시장 왼쪽은 그의 멘토격인 이해학 목사, 오른쪽에서 일곱번째가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이다./성남시
이종석 전 장관 역시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 관계가 상당히 악화되고, 전쟁을 입에 올리는 상황까지 왔다”며 “국민들이 이런 상황을 너무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에 평화가 절실하다”고 화답했습니다. 그는 “성남을 비롯한 수도권은 북한 장사정포 사정거리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남북 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당연히 성남시장은 평화에 대해 절실하게 느끼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사람의 남북 관계 및 통일에 대한 생각이 이심전심으로 통했는데 이 전 장관이 시 차원의 남북 교류를 적극 지지한 것이 눈에 띕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위원들은 성남시 차원의 남북 협력 방안으로 관내 기업의 북한 진출, 문화 공연 교류, 성남FC를 활용한 체육 교류, 시민이 참여하는 평화 교육,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성남시는 이에 근거해 2017년 ‘성남시 산업체의 대북 교류 가능성과 효과’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시장은 당시 문화·예술 분야를 통한 남북 교류 추진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2016년 11월, 이해찬 전 총리가 대표로 있던 ‘통일맞이’와 협약을 체결하고, 성남문화재단이 제작한 뮤지컬 ‘금강 1894’의 북한 재공연을 추진했습니다. 북측과의 협의는 통일맞이가 담당하고, 사업비는 성남시가 부담하는 방식입니다. 이 시장은 “북측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가 어디든, 우리는 달려가겠다”며 방북 및 공연 허가를 요청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를 불허했습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허가를 받았는데, 이 전 장관은 이런 과정에 깊이 관여하며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과의 네트워크에도 기여
이재명, 이종석 두 사람의 통일을 공통점으로 한 협력은 계속 확대됐습니다. 2016년 10월 13일 ‘통일은 과정이다’를 주제로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통일 토크쇼가 열렸습니다. 이때 이 전 장관이 기획을 맡아 임동원, 정세현, 이재정 등 진보정부의 전 통일부 장관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인 2017년 12월, 이재명 시장은 이 전 장관이 속한 세종연구소와 함께 ‘한반도 평화와 남·북·중 경제협력을 위한 한중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장윈링 중국사회과학원 주임, 왕위앤저우 북경대 교수 등 중국 전문가 7명이 참석한 대규모 회의였습니다. 이 전 장관은 제3세션에서 사회를 맡고, 이재명 시장이 기조발제를 했습니다.
같은 달 이재명 시장은 한반도평화포럼과 함께 ‘한반도 평화 정착과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한 통일 토크쇼’를 개최했습니다. 이때도 이 전 장관이 김연철 인제대 교수와 함께 참석했습니다. 이 시장은 이 행사에서 “올림픽의 취지와 유엔휴전결의안의 정신에 입각해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제안한 바 있다”며 “올림픽이라는 명분으로 (현 상황을) 멈추는 계기를 만들면 방향을 틀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 빙상팀이 오면 성남 빙상장을 빌려주겠다. 정말 성남으로 오면 좋겠다”고도 했습니다.
이화영 경기 평화부지사와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원장 맡아
두 사람의 관계는 이 대통령이 2018년 경기도지사가 된 이후에 더욱 깊어졌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2019년 3월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대통령 직속 자문 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본뜬 것인데, 이 전 장관은 이 위원회에서 이화영 평화부지사와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이 전 장관은 이 위원회의 출범식에서 “한반도 평화시대를 위한 대비에 앞장서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최초의 남북평화정책 지원 자문기구인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고 했습니다. “위원회가 본격 운영되면 경기도 평화정책이 내실화되는 것은 물론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남북평화협력 사업 추진이 가능해져 이재명 도지사의 평화로드맵을 한층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기도 평화정책 자문위원회’는 각 분야의 전문가 32명으로 구성됐는데, 윤후덕, 이용득 국회의원과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훗날 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위촉됐습니다. 이렇듯 두 사람은 북한 문제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며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경기도 지사 시절을 거치며 깊은 관계를 만들어왔습니다. 이 전 장관이 오래 근무한 세종연구소는 오랫동안 심각한 운영난을 겪었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 이재명 지사가 세종연구소 회생을 도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 전 장관과의 오랜 관계가 있었기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인 2017년 7월 6일 성남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 그 옆에서 이 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았던 이종석 전 국정원장 지명자가 자료를 보며 웃고 있다./성남시
정치적 동행으로 이어지다
이종석 전 장관과 이재명 대통령의 인연은 이후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2021년 5월, 이 전 장관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지지하는 ‘민주평화광장’의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이듬해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의 평화번영위원장을 맡아 활동했습니다.
두 사람의 깊은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은 2023년 9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윤석열 정권에 맞서 단식할 때입니다. 이 전 장관이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7일째 단식 농성 중인 이 대표를 만나 “나라가 위험에 빠져 있고 민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정부는) 야당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의견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통상 정치인들이 찾는 단식장을 이 전 장관이 찾아간 것은 이례적이었습니다. (당시 이 전 장관과 함께 간 이들이 현재 외교부 장관 후보로 단수 추천된 조현 전 외교부 1차관,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 박선원 전 국정원 제1차장(현 민주당 의원)입니다. 조현 전 차관은 당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한반도 리스크를 조장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때 이 대표의 단식 투쟁장을 방문한 이들은 모두 이재명 정부의 고위직에 거론되고 있습니다.)
2016년 10월 13일 ‘통일은 과정이다’를 주제로 경기도 성남시청에 열린 통일 토크쇼에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한 정세현, 임동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왼쪽부터)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도 이날 토크쇼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국정원장 본연의 역할을 뛰어넘는 역할 예고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첫날 이 전 장관을 국정원장에 지명하면서 “NSC를 책임지며 정보 수집 능력을 강화하고, 전달 체계를 혁신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익을 지킬 적임자”라고 평가했습니다. 대통령실 역시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색된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인사”라고 밝혔습니다. 두 사람이 성남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인연과 신뢰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얘기들입니다.
이 대통령과 이 지명자의 관계는 기능적인 협력을 뛰어넘어 서로를 신뢰하며 깊이 이해하는 동지적 관계가 됐습니다. 성남시에서의 남북교류위원회 정책 실험, 국제 교류, 위기 속의 연대, 그리고 통일에 대한 철학적 공감이 국정원장 지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성남에서 국정원까지’ 이어진 관계가 길고도 깊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지명자는 국정원 본연의 역할을 뛰어넘어 대외 정책에 관여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진보 정부의 상징성을 지키며 ‘자주파’의 입장을 대변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여권에서는 꽉 막힌 남북관계 돌파구를 찾는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지만, 야권에서는 우려와 불안감이 분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