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엄으로 흔들린 민주주의, 이재명 정부가 사형제 폐지로 바로잡아야"
[단독] "계엄으로 흔들린 민주주의, 이재명 정부가 사형제 폐지로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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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제도 폐지를 위해 하나로(Together Against the Death Penalty·ECPM)’의 라파엘 셰뉘엘-아자 사무국장이 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국제 사형제 폐지 단체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해 하나로(Together Against the Death Penalty·ECPM)'의 라파엘 셰뉘엘-아자 사무국장이 방한했다. 프랑스에 본부를 둔 ECPM은 각국 정부와의 교류와 사형 집행 실태 조사, 인권 침해 사례 연구 등을 통해 사형제 폐지를 위한 국제 연대를 이끈다. 2000년 ECPM 설립 후 사무국장이 한국을 찾은 건 처음이다. '12·3 불법계엄'-윤석열 대통령 파면-조기 대선-이재명 대통령 당선 등 반년간 숨가쁘게 이어진 국내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 셰뉘엘-아자 국장은 "비상계엄 선포 시도는 국제사회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 사건"적금 50만원
이라며 "사형제 폐지가 한국이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임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왔다"고 말했다. 이번 독점 인터뷰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진행됐다.
"지금이 사형제 폐지 적기"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이후 28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다. 그러나 셰뉘엘-아자 국장은 "그런 사회적 합의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bifc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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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프리카 서쪽 끝에 위치한 감비아 사례를 들었다. 감비아는 1985년 이후 27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다가, 2012년 8월 사형수 9명을 처형했다. 야흐야 자메 전 감비아 대통령은 범죄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거라고 형 집행 이유를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자국 국민을 위협하려는 의도라고 달리 분석했다. 2010~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과, 그 여파로 정권이 교체된 인접국 세네소상공인지원협의회
갈을 의식한 정치적 행보였다는 것이다. 셰뉘엘-아자 국장은 "단지 대통령이 원한다는 이유로 27년간 유지돼 온 사회적 합의가 무너졌다"며 "한국의 28년도 결코 안정적이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당시 감비아와 다른 민주주의 국가라는 지적에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시도만 봐도 예외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국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될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비상계엄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9월 자동차 판매조건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죠. 사형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제도인 만큼 언제든 잘못 사용될 수 있는 위험한 수단입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반드시 폐지돼야 합니다."
사형제 폐지, 리더의 결단이 관건
라파엘 셰뉘엘-아자 사무국장은 비상계엄 해제를 주도하며 들어선 이재명 정부가 사형제 폐지를 추진하면 한국의전입세대열람원
민주주의가 여전히 살아 있다고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말했다. 남동균 인턴기자
셰뉘엘-아자 국장은 이재명 정부가 비상계엄 해제를 주도하며 들어선 만큼 지금이 사형제 폐지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형제 폐지를 통해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강한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선보일 수 있다"며 "한국의 민주주의가 여전히 살아 있고 활동적이라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사형제 존치를 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대선 당시 인권기록조사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인권 질의에 '사형제 폐지' 항목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기도 했다. 셰뉘엘-아자 국장은 "정치적 이득이 없다고 판단해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 본다"며 "사형제 폐지가 '정치적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걸 설득하기 위해 우리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셰뉘엘-아자 국장은 국민 66%가 사형제 유지를 지지하던 상황에서도 1981년 폐지를 강행한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을 언급했다. "원칙을 지킨 리더십으로 평가받았고, 국민과 야당 모두 그의 결단을 존중했다"며 이 대통령 역시 같은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세계 각국은 복지, 경제, 외교 등 많은 과제에 둘러싸여 있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역사에 남긴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형제 폐지는 명확하고 상징적 결단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레거시(유산)'로 남을 수 있어요."
내년 한국의 사형제 폐지 선언 목표
라파엘 셰뉘엘-아자 사무국장이 인터뷰 도중 포스트잇에 메모를 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ECPM은 3,4년마다 '세계 사형 제도 폐지 총회(World Congress Against the Death Penalty)'를 주최한다. 셰뉘엘-아자 국장은 이번 방한에서 내년 6월 파리 제9차 세계 총회에 한국을 공식 초청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아울러 국가인권위원회, 외교부, 법무부 등과 차례로 만나 한국의 사형제 집행 현황을 점검하고 폐지 가능성에 대한 정부 입장을 확인할 방침이다. 또 사형제 폐지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실과도 접촉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30일 '세계 사형 반대의 날'을 앞두고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돼 있다. "내년 세계 회의에서 한국이 사형제 완전 폐지를 선언하거나, 최소한 그 의지가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할 예정입니다."
라파엘 셰뉘엘-아자 ECPM 사무국장은 누구
2009년부터 ECPM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인 그는 과거 적십자, 프랑스 외교부 등에서 일하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카메룬과 콩고민주공화국(콩고) 등지에서 생활하던 당시 집단 린치를 직접 목격한 경험은 그에게 정의와 처벌, 그리고 처형의 본질에 대해 깊은 문제의식을 안겨줬다.
"카메룬에서 10대 소년이 시장에서 채소를 훔쳤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맞아 죽는 장면을 두 눈으로 봤어요. 콩고에서는 강간을 저지른 남성이 군중에 의해 불에 타 숨졌죠. 그때 깨달았어요. 물리적 힘에 기대는 정의는 진정한 정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증오였어요."
이후 그는 사형제 폐지 운동에 뛰어들었고, 현재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서 ECPM을 대표해 각국 외교관과 국회의원들과 협력하며 글로벌 사형제 폐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허유정 기자 [email protected]강지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