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어요] “도전정신 있으면 농촌에서도 할 일 많아요” | 디지털농업
[만나고 싶었어요] “도전정신 있으면 농촌에서도 할 일 많아요” | 디지털농업
Blog Article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6월호 기사입니다.
대도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정유영 씨가 고향인 경북 영천으로 돌아온 건 소소하게 문구 디자인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의외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았고, 그에게 고향은 새로운 기회의 장소가 됐다. 로컬 크리에이터로 변신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방 소멸 시대를 걱정하는 요즘 도시 생활을 접고 고향 경북 영천으로 돌아와 지역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는 이가 정유영 만복기획 대표(38)다. 정 대표는 직함도 여러 가지여서 디자이너·마켓 기획자·청년 활동가·영상제작자·마케터 등으로 불린다.
“하는 일이 다양해서 우스갯소리로 인력 사무소장이라 부르라고 말하곤 해요. 요즘 말로 ‘로컬 크리에이터’쯤 되지 않을까요? 지역의 자원과 문화, 커뮤니티제일모직 합병
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사실 2019년 처음 영천에 왔을 때와 지금은 하는 일이 많이 달라졌어요.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일을 계속하게 됐거든요.”
정유영 만복기획 대표. 디자이너인 정 대표는 영천에서 다양한 일을 하며 마켓 기획자·청년 활동가·영상 제작자·마케터 등으로 불린다.
신한은행 정기적금
정 대표의 본래 직업은 디자이너였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많이 쓰이는 자막과 특수 효과, 실제 인물과 그래픽의 합성 등 모션그래픽을 주로 다루는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것. 도시 생활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직업군에 속했던 그녀가 어쩌다 영천까지 내려와 로컬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지 그간의 일이 궁금해졌다.
영천으로 귀향해 디자인 회사 설립
복리계산법
정 대표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과 대구에서 8년간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제한 시간 내에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미션과 함께 시시각각 바뀌는 클라이언트의 작은 요구들까지 모두 반영해야 해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그 무렵 경상북도경제진흥원이 진행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라는 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이로써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2019년 봄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에 합격한 후 고향 영천으로 돌아온 그는 만복기획이라는 로교사주5일제
컬 콘텐츠 디자인 회사를 차렸다.
“처음 계획은 어릴 때 꿈꿨던 문구 디자인을 하며 굿즈(기념 상품)를 제작해 사업화하는 것이었어요. 여기에 이전에 하던 모션그래픽 일을 병행하면 얼추 회사 운영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죠. 특히 문구와 굿즈 디자인에 영천의 스토리를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관련 설화를 모티브로 ‘영천 프렌즈’라는 캐릭터도 만들었습니다. 댕견·수달·삽살개·뱁새·호랑이 캐릭터를 개발해 문구와 굿즈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방법
를 제작했어요.”
경북 영천의 스토리를 담아 만든 만복기획의 다양한 굿즈와 문구류.
이 밖에도 정 대표는 영천의 특산물인 복숭아와 포도, 별 보기 좋은 영천 밤하늘 등 지역 자원을 소재로 다양한 캐릭터를 개발했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굿즈와 문구를 선보였다. 이런 노력이 통했는지 1년 정도 지나자 반응이 왔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수작업 제품을 판매하는 아이디어스 등에서 그가 만든 상품이 인기를 끌며 팔렸고, 지역 업체에서도 디자인 의뢰가 들어왔다.
“의도치 않았는데 어느새 영천 홍보대사가 돼 있더라고요. 뜻밖의 수확은 예쁜 농산물 패키지를 원하는 농가가 많다는 점이었어요. 요즘은 온라인 직거래로 농산물 판매를 많이 하기 때문에 농가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담은 로고·패키지는 물론 브로슈어까지 제작하고 있어요.”
농산물 패키지·온라인몰 등 디자인 수요 많아
정 대표의 매력은 상담을 통해 농가가 원하는 디자인을 구현해낸다는 것이었다.
“농가를 대상으로 한 디자인은 복합적인 능력을 요구해요. 단순히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에서부터 판매까지 농가의 눈높이에 맞춰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서 충족시켜야 하거든요. 저 역시 전문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농가만의 정체성, 즉 ‘친환경’ 혹은 ‘가족농’ 등 특성을 파악해 로고나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어요. 또 손상 없이 농산물을 택배 배송할 수 있는 기능성 패키지도 개발했고요.”
그 결과 입소문이 퍼져 영천은 물론 인근 지역에서도 패키지 디자인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그는 특유의 도전 정신을 발휘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쇼핑몰 등 웹디자인까지 영역을 넓혔다.
영천의 특산물인 포도·복숭아·사과 등을 소재로 만든 패브릭 포스터.
2021년엔 지역의 또래 청년들과 함께 ‘영천 청년네트워크 두레반’이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또래 친구들이 없는 것에 갈증을 느끼는 청년들이 만남을 통해 연대하기 위해 시동을 건 것이다. 이후 두레반 멤버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우리-영천 노포 기록 프로젝트’와 ‘경북 청년 공동체 활성화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에 사는 청년 친구들과 지역의 문화를 기록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일을 함께 추진했다.
이 밖에도 그는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혀 전전긍긍하던 청년 창업가들을 모아 ‘청년고리 로컬마켓’을 열었다. 45세 이하 로컬 크리에이터를 모아 동사무소 마당 등을 돌며 장터를 마련해 직접 재배한 농산물·가공식품·공예품 등을 판매한 것.
“등록된 창업가가 150팀이 넘어요. 해마다 영천시 지원으로 30~40팀이 창업을 하고, 많은 수가 폐업을 하기도 해요. 생존한 창업가들이 모여 함께 장터를 열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거죠. 다행히 지역 주민들과 어르신들의 호응이 좋아 지속적으로 행사를 이어갈 수 있었어요.”
행사·전시 대행부터 영상 제작까지 맡아
현재 만복기획은 초창기와 달리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디자인 위주의 일에서 벗어나 행사와 전시 대행, 영상 콘텐츠 제작, 각종 브랜딩으로 영역을 넓혀 2명의 직원이 합류할 만큼 사업 규모가 커졌다.
“최근엔 경북 지역의 청년 창업자 인터뷰 영상을 제작해 대구 KBS에 납품했어요. 이게 가능한 건 영천을 넘어 경북 지역의 청년 창업가 1200여 명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창업가들의 직업은 농부나 카페 사장, 문화예술인, 촬영기사 등 다양하죠. 작은 플리마켓을 시작으로 점점 큰 지역 행사를 맡아 진행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어요. 또 그들이 스태프로 다시 참여함으로써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고요.”
영천 시민들이 만복기획이 진행한 ‘영천 청년고리 프로젝트’ 음악 공연을 즐기고 있다.
인맥을 넓힌 것 못지않게 그는 로컬 크리에이터로서도 성장을 거듭해왔다. 농산물 패키지 디자인을 하며 자연스럽게 농산물 마케팅을 배웠듯 크고 작은 행사를 진행하며 기획력과 진행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
“다양한 일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지역 사회라는 특성 때문인 거 같아요. 대도시라면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겠죠. 따라서 로컬은 누군가에게 좋은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로컬 크리에이터들도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저희 회사가 거점 시설이 됐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정 대표는 더 많은 사람이 영천을 찾을 수 있도록 재밌고 할 일 많은 곳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몇 년 후 정 대표가 로컬에서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지 꼭 확인해보고 싶다.
글 이소형 | 사진 현진·만복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