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 전 M&A는 만병통치약일까" 사모펀드의 선택과 홈플러스 노동자의 반기
"인가 전 M&A는 만병통치약일까" 사모펀드의 선택과 홈플러스 노동자의 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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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새로운 분기점 앞에 섰습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ㆍ합병(M&A)'을 선언하면서입니다. 인가 전 M&A는 기존 주주가 구주舊株를 파는 일반적인 절차가 아니라 새로운 주주에게 신주新株를 발행하는 방식입니다. 홈플러스 입장에선 새로운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입니다. 그렇다면 홈플러스는 '회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걸까요? 속단하긴 힘듭니다. 아직 따져봐야 할 게 많습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 정혜경 진보당 의원, 홈플러스 사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3일 홈플러스 조사보고서를 분석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ㆍ합병(M&A)'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MBK파트너스가 13일 낸 입장문을 읽어보실까요?상호저축은행 채용
"홈플러스는 청산을 피하고, 회생을 계속할 수 있는 인가 전 M&A를 진행하고자 한다…MBK는 경영권을 비롯 모든 권리를 내려 놓고, 아무런 대가 없이, 새로운 매수자의 홈플러스 인수 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인가 전 M&A. 낯선 용어입니다. 그래서인지 언론들도 이 이야기를 연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도대체 인가 전 M&A는 무엇일까요? MBK파트너스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신용대출금리비교
까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인가 전 M&A = 통상적인 M&A는 기존 주주가 자신들의 지분을 파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기존 지분, 이를테면 구주舊株를 매각하는 거죠. '인가 전 M&A'의 경로는 다릅니다. 기존 주주가 자신들의 지분을 파는 게 아니라 새로운 투자자에게 '새 주식(신주新株)'을 발행하는 형식으로 이뤄집니다.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는 '제로(무상소각)'가 되기 때문에 회사엔 새로운 자금이 들어올 수 있습니우체국고금리
다.
이를 홈플러스에 적용해 볼까요? '인가 전 M&A'가 진행되면 기존 주주(MBK파트너스)의 지분가치 2조5000억원은 무상소각되고, MBK파트너스는 경영권도 잃습니다. 새 자금을 확보한 홈플러스로선 그것을 회생채권 변제 등 부채를 갚는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의 부채는 2조9000억원가량(6월 12일 홈플러스 발표 기준)입니다.
[※참고 : 2019년 7조3001억원이던 홈플러스의 매출액은 아직아파트 매매가
까지 7조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6조9919억원에 그쳤습니다. 영업이익은 2021년 이후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4년간(2021~2024년) 누적 적자는 9071억원에 달합니다. 점포는 2019년 140개에서 현재 126개로 줄었습니다.]
■ MBK 희생과 실리 사이 = 그렇다면 MBK파트너스는 자신들의 지분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도 이런 길을 택한 걸까요? MBK파트너스가 '희생'을 결단한 걸까요하나은행 채용
? 아닙니다. 기업의 회생 절차를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회생절차는 통상적으로 기업이 법원에 '빚을 어떻게 갚을지'를 제출하면서 시작합니다. 법원이 이 계획을 승인해야 회생절차가 진행되죠.
하지만 회생절차를 통해 기업이 생존하는 가치(존속가치)보다 기업의 자산을 정리해야 할 가치(청산가치)가 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원 입장에선 회생절차를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 역시 청산을 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진 | 뉴시스]
그런데 기업의 청산을 결정했을 때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면 법원이든 기업이든 부담스러울 겁니다. 지금의 홈플러스가 이런 사례입니다. MBK파트너스가 청산을 결정하면 커다른 비판 여론에 휩싸일 게 분명합니다. MBK파트너스가 자신들의 지분을 포기하고 '인가 전 M&A'를 선택한 배경입니다.
실제로 회생법원에서 선임한 회계법인의 조사 결과, 홈플러스는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회생법원이 인가 전 M&A 추진을 승인하면 회생계획안 제출 시기는 미뤄지고 본격적인 M&A 절차가 시작됩니다. 홈플러스로선 또다른 분기점을 만난 셈입니다.
■ 노동자의 비판 = 언뜻 보면 홈플러스엔 나쁜 소식이 아닌 듯합니다. M&A가 성사되면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MBK파트너스와 같은 사모펀드가 M&A에 성공한다면,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이하 홈플러스 공대위)' 역시 비슷한 입장입니다. 홈플러스 공대위는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A 실패는 곧바로 청산이다"면서 "M&A는 10만명의 생존권을 걸고 벌이는 도박이고 먹튀 시도"라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MBK가 회생법원의 조사보고서를 핑계 삼아 M&A를 하려 하는 것은 진정한 회생이 아닌 투자금을 최우선으로 회수하는 절차일 뿐이다. 이는 점포 매각과 사업부 분할매각, 그리고 또다시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산산조각 내고 손을 터는 명백한 먹튀 시도다."
공대위는 한발 더 나아가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게 나온 것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인수한 뒤 막대한 금융비용 부담을 초래하고, 유통사업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책임을 물었습니다.
실제로 홈플러스가 벼랑에 몰린 배경엔 홈플러스의 경영 실패가 깔려 있습니다. MBK파트너스가 LBO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차입금 부담이 커졌고, 그 결과 홈플러스 점포 개발이나 온라인 사업에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죠.
2016년 이후엔 신규 점포 출점을 중단하고,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 back)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주요 거점 점포가 문을 닫았습니다. 알짜 점포가 문을 닫으면서 홈플러스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했죠. 인수 당시 MBK파트너스가 잘못 끼운 단추가 지금 홈플러스 위기의 시작점이었다는 겁니다.
[사진 | 뉴시스]
그렇다고 MBK파트너스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인 것도 아닙니다. 지난 3월 16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사재를 출연해 거래처 결제대금을 변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사재 출연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공대위 측이 "홈플러스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MBK의 자구노력이고, 직접투자"라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주주의 '인가 전 M&A' 발표로 변곡점을 맞은 홈플러스는 회생의 길에 제대로 진입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논의해야 할 게 많은 듯합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mail protected]